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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9일 금요일

삐뚤어진 '명품사랑'… 사라지지 않는 '짝퉁 대한민국' 오명

잘살고 못살고를 떠나 어느 집에나 하나쯤은 갖고 있는 것이 바로 명품이다. 이제 명품은 그 제품의 사용 목적보다는 한사람의 권력이나 부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표현된다.

특히 이런 명품은 내면에서 나오는 고급스러움보다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명품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더욱이 명품을 살 돈은 없고 사고 싶은 욕망만 있을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것이 바로 '짝퉁'이다.

서울시내 동대문, 남대문, 명동을 가면 길거리에서 누구나 쉽게 명품브랜드의 잡화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게 현재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온라인 쇼핑몰도 짝퉁천국으로 변한 지 오래다.

◇10명 중 7명 짝퉁 구입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와 엠브레인이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1228명을 대상으로 '명품 브랜드 모조품 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조품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전체의 70.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 모조품을 구입하는 이유에 대해 2명 중 1명은 '정품 가격이 경제적으로 부담돼서'라고 답했으며, '정품이 품질과 디자인 대비 너무 비싸다'라는 의견도 24.7%에 달했다.

특히 모조품을 주로 구입하는 곳은 '남대문·동대문 시장'이 46.9%로 가장 많았고, '오픈마켓'에서 구매하는 비율도 35.1%에 달했다.

이 를 확인해 주듯 서울 중구청이 시민단체와 합동으로 명동과 남대문시장 노점상을 단속한 결과, 명동 중앙로에서는 210개 노점 중 25개(12%) 노점이, 남대문시장에서는 250개 노점 중 35개(14%) 노점에서 짝퉁 명품을 진열 판매하고 있었다.

◇단속은 '강화', 실효성은 '글쎄'

서울시내에서 짝퉁 명품을 가장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명동과 남대문·동대문시장 노점상이다.

서 울 중구는 지난달 10~24일까지 시민단체와 함께 야간에 2차례에 걸쳐 단속을 실시했다. 명동과 남대문시장 노점을 1주일 간격으로 2회에 걸쳐 단속한 결과 1차 때는 614점이 단속됐으나 2차 때는 197점만 적발돼 417점이 줄어들었다.

남대문시장이 1차(439점)때보다 83%인 363점이 줄어들었고, 명동은 1차(175점)의 31%인 54점이 줄었다.

하지만 누구나 명품을 사기 위해서는 명동이나 남대문·동대문으로 발길을 돌리고, 그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짝퉁 명품을 구입한다. 단속이 시작돼도 진열만 하지 않을 뿐 판매는 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채모(32)씨는 "그냥 옷을 사기 위해 동대문에 들렸다가 노점상에서 짝퉁 명품을 구입했다"며 "단속이 심할 때는 잡지나 카탈로그 등을 보여주며 흥정을 하고 상품은 어디에서 갖고 온다"고 설명했다.

대 학생 이모(24·여)씨는 "명품을 몇 개씩 갖고 다닐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되는 것도 아니고 짝퉁 한 개쯤은 누구나 갖고 있다"며 "가방이나 옷 등 오래 쓰는 품목을 어떻게 해서든 진품을 사겠지만 머리띠 등 액세서리는 짝퉁이 더 많은 색상과 다양한 디자인의 상품이 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명품 대신 짝퉁이라도

한국사회의 명품 선호도는 연령, 성별, 지역을 가리지 않고 신드롬이 만연해 있다.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해외명품 구입은 이제 직장인, 대학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명품 바이러스에 잇달아 감염됐다. 일부 여고생들이 명품 구입을 위해 계를 만든다는 얘기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또 초등학생들은 고가의 명품을 구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진짜와 똑같이 만든 모조품이라도 구입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명품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체에 만연하면서 10대들이 이제는 가짜 명품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청소년들의 이 같은 명품 선호 현상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욕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고등학교 2학년 이모(18)양은 "가짜 명품이라도 구입하는 이유는 친구들에게 비싼 명품을 하고 다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측면이 크다"며 "제품의 실용성이나 디자인이 뛰어나서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명품 선호 왜?

이 제 명품은 소비자들에게 단순한 제품의 의미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때론 스타일과 안목을 보여주고, 때론 신분과 위치를 뜻한다. 즉, 신분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는 명품이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기 때문에 명품의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지나친 명품 사랑에 대한 이유로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표현할 수 있으며, 나 자신을 상류층으로 표현해 줄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집필한 '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에 따르면 명품 구입은 일종의 사치라고 규정했다.

김 교수는 "명품의 높은 가격은 고품질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며 "그 속에는 부유층에 속해 있는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다른 계급과 구별되고 싶어 하는 전력이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경우 서양 귀족 문화에 대한 알지 못하는 선망 또는 원산지 효과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젊은 층의 경우 소비를 놀이로 대신하는 성향이 커지고 있어 명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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